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라미님의 수술경험 후기 #1

질 입구를 통한 자궁 제거술

내 나이쯤엔 주변에 밑빠진 친구들이 꽤 있다. 다들 불편해도 어디 말하기도 부끄럽고 그럭저럭 한 세월을 늙어오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딸아이가 어디서 듣고 와서 수술도 간단하고 입원도 얼마 안한다고 자꾸 병원가보자 해서 따라나서게 됬다. 결국 골반장기 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난 고령이고 이미 폐경도 된 상태라 질식 자궁적출술을 받기로 했다. 이 수술은 복강경도 아니고 개복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아래 질입구를 통해 자궁을 빼내는 수술이다. 젊은 사람들은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찾아보는 것이 유행일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자세한 글을 읽는 게 더 편하다. 요즘은 50대 이상도 핸드폰으로 뭔가 많이 보는 시대이긴 하지만. 혹시 나와 비슷한 연령대에, 수술을 앞둔 사람들이 솔직하고 자세한 후기를 원하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몇 자 적어 본다.

입원당일

먼저 질식 자궁적출술을 받는 환자들이 입원할 때부터 퇴원할 때까지 격게 될 치료들에 대한 교육 자료를 받았다.

자료를 받긴 했는데 글씨가 작아서 보기 약간 힘들다 ㅎㅎ… 눈이 흐리다면 글씨 크기도 키울 수 있는 이 후기를 잘 읽고 갈 것!

그 다음 입원수속을 하고 간호사선생님 면담을 하며 현재 내가 먹는 약, 갖고 있는 병, 이전 수술 받거나 입원치료 받은 경험 등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렸다. 수술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중요한 내용 헷갈리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 메모를 해가도 좋을 듯 하다.

입원수속이 끝나면 배정받은 병실에 가서 원피스 환자복으로 갈아입는다. 다른 선생님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무료한 시간은 문자로 온 움직이는 그림을 보며 달래자. 문자에 모르는 영어 같은 글씨들이 파란색으로 떴는데 딸래미가 그걸 눌러보라 해서 손가락을 대보자 까만화면이 나타나서 눌러보니 무슨 만화그림이 떴다. 이런 것도 딸 아니면 못봤을 것 같다. 문자가 서 너 개 오는데 내가 받을 수술, 하반신 마취 방법, 낙상 예방 방법, 입원 생활 안내 등 내용이 들어있어 본격적인 입원·수술 생활 전에 한 번 볼만 하다.

<설명동영상 안내문자>

<동영상 URL 클릭 후 화면>

그렇게 동영상을 보고 있으니 선생님이 수술 전 준비를 해주러 오셨다. 먼저 수술 주위 주변 털이 남아있으면 안된다고 수술이라 회음부부터 항문까지 모든 털을 무슨 연고크림을 주면서 없애라 했다. 좀 민망하고 따갑기도 하고 얼얼했지만 감염되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나중 확인까지 하시니 남부끄럽고 해서 그 제모크림이란걸 구할 수 있으면 집에서 다 밀고 가는게 낫겠다 싶더라.

두 번째는 수술할 때 쓰는 항생제 주사약이 몸에 안 맞고 알레르기가 생길까봐 반응 검사라는걸 한다. 피부에 아주작은 주사기를 들고와 살짝 찔러 넣고 잠시후에 살피시더니 괜찮다고 간호사님이 확인 후 지금 테스트한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표시하고 가신다.

세 번째는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 수술동의서를 작성한다. 의사 선생님이 수술에 관해 많이 이야기 하시는데 이 때 궁금한 것들을 죄다 물어보아야한다. 미리 적어가도 좋을 것 같다. 자꾸 잊어먹으니까. 이때는 겁이 좀 났는데 선생님이 친절하게 잘 다독거려 주셨다.

네 번째는 관장 준비. 저녁은 금식해야하고, 물에 타서 먹는 가루약 관장약을 먹어야 한다. 대장내시경 할 때 먹었던 관장약을 2L 정도 먹었다. 밤까지 열심히 관장약을 먹고, 대변에 찌꺼기가 거의 나오지 않고 맑은 물만 나왔다. 간호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찌꺼기가 전혀 없어야 된다고 해서 추가적으로 생수를 마셨다. 이렇게 관장약이랑 물만 마시면 되는 건지… 화장실 소식이 점점 덜 올 때쯤 걱정돼서 물어보니 열심히 걷는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 하신다.

자정이 되면 물을 포함 금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물이 먹고 싶다면 그 전에 충분히 먹는 게 좋다. 난 아쉽게도 저녁금식 전 속이 좋지 않아서 미리 뭘 먹어두진 않았지만. 금식 하는 동안 눈 앞에 음식이 아른아른할 것만 같다면 점심이라도 맛있는 걸 드시길. 그렇게 마지막 대변에도 찌꺼기가 없는 걸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수술 당일

수술장에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 금식을 유지했다. 어제 주사잡기 전에 윗 속옷은 벗어두었기 때문에 밑에 속옷만 다시 벗었다. 수술장 연락이 오면 간호사 선생님께서 먼저 소변을 보고 오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이송요원님이 도착하면 이송카에 누워서 수술장으로 올라간다. 사실 수술 당일에는 정말 할 게 없다. 이렇게 할 일 없는 시간이지만, 긴장감은 정말 하늘을 찌른다. 나이를 먹어도 역시 수술은 많이 걱정되는 일이다.

수술 후

수술이 끝난 뒤 회복실을 거쳐 병동에 도착한다. 간호사 선생님이 와서 혈압과 맥박, 체온을 한번 더 확인했고 자가통증조절장치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척추마취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 6시간 동안 고개 들지 않는 반듯한 자세로 누워있어야 한다. 허리가 많이 아팠지만 진통제가 꾸준히 들어가고 있어서 많이 도움됐다. 입이 바짝 바짝 말랐는데 다행히도 간호사 선생님이 2시간 뒤에 물을 마실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한 가지 문제는 그 때도 고개를 과하게 들지 않고 먹어야만 된다는 것. 베개도 가급적 낮은 베개를 이용하라했다. 누워서 물을 마시려면 보통 힘든 게 아니라, 겨우 목만 축일 수 있다. 그래도 하루 종일 이렇게 고개도 못 든 채로 있는 건 아니다. 6시간이 지나면 고개를 들어도 되고, 미음도 먹을 수 있다. 고개를 계속 못 드는 건 아니라 다행이긴 한데, 소변줄은 모레까지 유지해야 한다. 방광에 소변이 차서 수술부위를 압박하는 것들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마취가 거의 다 풀릴 때 쯤, 질 쪽에서 뭔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몸을 제대로 못 가누다 보니 ‘이거 혹시 피나는 거 아니야?’ 하고 걱정이 많이 됐다. 간호사 선생님께 물어보니 질 안에 지혈목적으로 넣어준 소독 거즈에서 소독약이 흐르는 것이라고 하신다. 거즈는 내일 제거하는데, 거즈 제거 후엔 질 출혈이 있기도 하다고. 출혈이라고 하니 좀 무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중형이나 대형 생리대를 순식간에 흠뻑 적실정도가 아니면 괜찮을 거라고 하신다.

<자가통증조절장치>

수술 후 1일째

질 안에 있던 거즈를 제거 한 뒤, 출혈이 있을 수 있어서 미리 준비해온 패드를 착용했다.

아침으론 죽이 나왔다. 어제는 침상에서 계속 쉬었는데 오늘은 소변줄을 유지한 채로 걷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위장 운동이 빨리 돌아오기 때문이다. 정말 사람이 참 간사한게 어제 몇 시간은 고개도 못 든다, 누워있어야 한다 하니까 그렇게 움직이고 싶었는데 막상 걷기를 하려니까 참 힘들었다. 그래도 천천히 주변을 걸으니 많이 힘들지만 답답한 것도 해소되고, 이렇게 해야 회복이 된다고 해서 아침부터 30분 이상 열심히 걷기 운동을 했다.

점심에는 드디어 미음과 죽을 탈출하고 일반 밥이 나온다. 점심에도 저녁에도, 자기 전에도 30분 이상 걷는 운동을 계속했다. 힘들다고 앉아있으면 더 힘들어진다. 수술 회복하는 과정도 참 살아가는 인생이랑 똑같다.

점심부터는 베타딘 소독용액으로 좌욕을 했다. 좌욕은 회음부 상처의 통증 경감, 부종감소 및 상처 치유에 도움이 되니까 꼭 해주자. 좌욕기에 소독액 한컵과 물을 받아서 회음부를 15분 이상 담그고 있으면 된다.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하루에 3-4번 하면 좋다고 한다.

내일이면 퇴원이어서 간호사 선생님이 퇴원 교육을 해주셨다. 집에 가서도 걷는 운동을 계속 해야 하고, 좌욕은 최소 1주일이상 더 하라고 말씀하셨다. 퇴원 후에도 할 일은 병원이랑 비슷하다. 한 가지 다른 점은 퇴원하면 스스로 해야한다는 점. 빨리 낫고 싶다면 잊지 말고 꼭 걷기, 좌욕을 해주자.

수술 후 2일째

새벽에 소변줄을 제거했다. 4시간마다 소변을 본 뒤 방광 안에 남아있는 소변이 있는지 확인하는 잔뇨 측정 검사를 해야 한다. 잔뇨가 100cc 미만이면 통과인데, 이 검사를 두 번 통과해야한다. 첫 소변을 보고 잔뇨검사를 했다. 퇴원을 향한 긴장되는 첫 검사 그 결과는… …. 휴우, 30cc가 나왔다. 두 번째 잔뇨 검사도 통과해서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글로 보고, 시간으로 보면 짧지만 체감으로는 길었던 수술이 끝났다. 나이 먹으니 점점 성한 곳이 줄어서 서럽기도 한데, 어찌 보면 지금이 그래도 축복 받는 때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옛날이었으면 질환이 있는 줄도 모르고 병을 키웠을 텐데, 수술을 받고도 3일 내로 퇴원이 가능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퇴원 전까지 낑낑 대며 걷던 병원 정원 풍경이 조금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다.

<41병동 내에 있는 작은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