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라미님의 수술경험 후기 #2

복부절개를 통한 자궁제거술

언젠가 한 번은 찾아올 수 있는 일인데도, 겪어보기 전까지 모르는 척 살게 되는 일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부모님의 건강 문제’다. 2개월 전, 엄마가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개복으로 자궁전체절제술을 하셨다. 엄마의 수술 과정을 도와드리며 알았다. 엄마도 이렇게 병원이 무섭고, 아무것도 모를 수도 있다는 걸.
그래도 수술 과정 내내 긴장을 놓지 못하던 터라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혹시 곧 어머니가 자궁 절제술을 받는 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조금이나마 마음의 준비를 하실까 싶어 후기를 적어본다.

입원당일

1. 입원 준비물

우선 입원 당일 2층 입퇴원수속실에서 입원 수속을 마치면 4층에서 산부인과 병동 입원이 시작된다. 4층 올라가자마자, 내가 엄마보다 더 떨었던 것 같다… 걱정하던 엄마도 더 긴장한 나를 보면서 “내가 수술하는데 왜 니가 더 떠는 거 같니?”라고 한 마디 하셨다. 그런데 병원이 존재만으로도 주는 무서움이 있는 걸 어떡하냐구요 ㅠ 그래도 보호자로서 최대한 침착하게 필요한 물품을 준비했다. 입원하면서 당연히 쓸 휴지, 물티슈, 물, 세면도구 등등. 나처럼(?) 준비정신이 철저해도 가끔 빠트리는 물건이 생기는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층 이마트 편의점에서 여러 물품들을 구매할 수 있으니까. 나도 유용한 준비물품 하나를 빼먹어서 정말 당황했는데, 편의점에서 간단히 준비했다. 그 물건이 바로… 간호사 선생님께 전수받은 팁인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앞에서 얘기한 1층 편의점에서 구매하면 되긴 하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 생리대가 있다면 미리 챙겨가는 편이 좋다.

2. 상주 보호자 등록

그렇게 41병동으로 입원하게 되었고, 수술하기 전 준비할 것들과 수술 당일/다음 날/퇴원까지 어떤 절차를 밟는지 간호사 선생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사람들이 느끼는 무서움 종류가 여러가지인데, 우리 엄마는 무엇이든 잘 모를 때 더 불안해하는 타입이다. 수술 전부터 퇴원까지 일정을 쭉 들으니 엄마는 한결 불안감이 줄어들었다고 하셨다. 아마 간호사 선생님 아니면 한 번 물어보고 오라며 날 달달 볶으셨을지도…혹시 온 가족이 사랑이 넘쳐서 다같이 상주 보호자를 하고 싶어도, 이 시국에는 참아야 한다. 또, 상주 보호자는 절대 외박도 안되고 외출 정도만 가능하다. 외박하면 다시 코로나 검사를 하고 들어와야만 한다. ㅠ 이런 이유로 시간을 낼 수 있는 내가 엄마의 효녀 원픽, 상주 보호자로 등록되었다.

수술 전 날

간호사 선생님께서 몇 가지 질문을 하시고, 병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본격적인 수술 준비를 시작했다. 나도 이 때부터 정신이 없어서 기억이 정확하진 않은데… 항생제 반응 검사 -> 피부 제모 -> 피 검사 -> 저녁 식사 -> 먹는 관장약(첫 번째 복용) -> 항문 관장이 순서였던 것 같다. 일단 저기 포함된 일을 다 한다고 보면 된다. 사실 항문 관장이 자주 하는 일이 아니다보니… 이 때 엄마가 너무 민망해하셔서 나까지 민망함이 전염되었던… 밤에는 열두시 이후 물 포함 금식이라 알려주시며, 주사잡기와 수액걸기를 했다. 엄마는 괜찮다고 하셔도 잠도 못 주무시고, 밤이 되니까 점점 더 불안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문득 나도 어릴 때 아프면 계속 엄마도 잠 못 들게 하면서 징징이가 되었던 게 떠오르고… 내가 다 큰 딸이라는 생각을 잘 못할때도 많지만, 이번만큼은 이야기도 많이 하며 엄마한테 힘이 되어드렸다.

수술 당일

드디어 떨리는 수술 당일!
난 그래도 조금 잤는데 엄마는 거의 못 주무셨다고 한다 ㅠ 수술 전까지 계속 금식인데 뜬눈으로 밤새다 배고파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고 농담을… ㅎㅎ 그래도 다행히 두 번째 순번으로 수술이라 오전에 수술장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수술이 2시간 정도 걸린다고 안내 받았는데, 회복실에서 경과를 관찰하고 병실로 내려오기까지 3시간에서 3시간 반 정도 걸렸다. 갔다 오신 다음엔 수술 부위에 모래주머니 같은 걸 6시간 정도 올려놓았다. 수술도 아픈데 모래주머니를?! 할 수도 있을텐데, 엄마 말로는 모래 주머니를 올려 놓은 게 덜 아픈 것 같다고 하신다. 첫 날은 아무래도 통증과 울렁거림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셨다ㅠㅠ 그래도 간호사 선생님들이 주시는 진통제, 항구토제 덕분에 약 맞고는 괜찮다고 하신다. 역시 아픈 건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 안돼… 아프면 간호사샘을 바로 부르는게 좋다. 수술 다녀와서 2시간 후에는 물을 먹을 수 있는데, 가스가 나오기 전까진 물만 먹을 수 있다. 얼른 나와야 할텐데…

수술 1일차

다음 날 새벽부터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소변줄을 빼주셨다. 소변줄을 뺀 다음엔 4시간 안에 소변을 봐서 양을 재야하고, 물을 많이 드시도록 교육도 받았다. 첫날에는 일어나자마자 엄마가 조금 어지러워하셨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첫날은 원래 그렇다고 이정도면 잘 일어나시는 거라며 안심되게 계속 말씀을 건네주셨다. 바쁘고 힘드실텐데 어떻게 그렇게 친절하시지… 가스가 나오려면 많이 걸어야 한다고 들어서, 엄마랑 천천히 병동을 걸었다. 처음엔 힘들어 하셔서 많이 못 걷고 1~2바퀴 정도 산책했던 것 같다. 아마 보호자나 환자로 간다면 우리처럼 이렇게 산책을 하게 될텐데 4층 산부인과 병동 옆쪽에 정원도 마련되어있으니 답답할 때 나가보시길 추천!

수술 2일차

컨디션이 괜찮으면 2일차에도 퇴원이 가능한데, 문제는 엄마가 아직도 가스 배출을 못했다는 사실 ㅠㅠ 2일차 때 배에 가스가 많이 차서 힘들어하시고, 식사도 못하셨다. 간호사 선생님께 말씀 드렸는데 답은? ‘걷기, 또 걷기’ 그 방법 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계속 걷고, 여기저기 산책하고… 힘들어하는 엄마 부축하면서 열심히 걸었다.

계속 걸은 덕분에 드디어 점심엔 가스가 나왔다! 나라면 진짜 귀에서 샹투스 울렸을거 같은데… 엄마도 혹시 들으셨을까? 아무튼 식사는 미음-죽-밥 순서로 나왔고, 식사하면서 불편한 점도 없다고 하셨다.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고, 첫날보다 컨디션도 많이 좋아졌다.

오후에는 간호사 선생님이 퇴원 설명을 해주시고, 필요한 약이나 서류 안내해주신다.
드디어 가스도 나오고, 식사도 하고, 퇴원 설명도 들으니 실감이 났다. 내일이면 퇴원이구나…

퇴원 날

이렇게 길고도 짧았던 간병생활이 끝이 났다. 처음엔 엄마가 힘들어하고, 가스도 안 나오고, 걷기도 어려워하시니까 엄청 걱정했는데 하루만 더 견뎌보니 소변도 잘 보시고, 결국 가스도 나와 식사도 잘하시고, 수술 경과도 아무 문제 없다는 말에 겨우 우리 모녀는 안도감을 느꼈다.

퇴원하기 전 주치의 선생님이 수술 부위를 방수가 되는 재료로 덮어주시며 간단한 물 샤워는 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수술상처 실밥은 수술 7~10일 사이에 산부인과 외래 방문 후 조직검사 확인하면서 뽑아주신다고 한다.

아침만 먹고 퇴원하기로 하고 간호사 선생님께 퇴원 교육을 받았는데, 마지막까지 꼼꼼히 주의할 점이나 외래 방문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진짜 나도 엄마도 우리가족이 어쩔 수 없이 아프다면 이렇게 친절한 간호사 선생님만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퇴원 교육 후 2층 입퇴원수속실로 가서 수납을 마친 후 퇴원을 하게 됐다. 외래 진료는 남았지만, 이제 힘든 수술 끝, 입원 끝, 금식 끝, 상주 보호자도 끝끝끝!

지금 이렇게 시간이 지나 후기를 남길 수 있지만, 당시에는 가족 모두가 얼마나 떨리던지… 그래도 이렇게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 다행이었고, 절대 아무도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이 후기가 혹시 복식 자궁 절제술을 받을 분들, 보호자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