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라미님의 수술경험 후기 #5

복부 절개를 통한 자궁근종제거술

지난 주 집 근처 보라매병원에서 자궁근종제거 수술을 받았다. 건강검진하면서 자궁근종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최근 건강검진에서 근종 사이즈가 커졌다는 얘기를 한동안 건강검진 결과가 항상 괜찮았는데… 그래도 이렇게 미리 알게 되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수술 날짜를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궁근종은 35세 이상 여성 40~50%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그래도 막상 수술할 생각하니 어찌나 불안하던지 T.T

얼른 수술 받고 회복되면 좋겠다는 마음과 피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던 입원날이 다가왔다.

제일 먼저 할 일은 입퇴원 수속! 보라매병원 희망관 2층에 가면 입퇴원수속실이 있다. 입원 수속을 마치고 바로 맞은 편 입원생활설명실에 들러 키, 체중, 혈압 등을 행복관 4층 41병동으로 향했다.

입원 당일/수술 전날

간호사 선생님께서 먼저 남편(보호자)과 나의 코로나 음성결과지를 확인하셨다. 보호자와 환자는 3일 전에 시행한 코로나 검사 결과가 있어야 한다.

보호자는 입퇴원수속실로 가서 상주보호자임을 등록 후 입출입 할 수 있는 팔찌를 받아와야 한다. 입원기간 동안은 보호자 1인만 상주할 수 있다. 한 번 상주 등록을 하면 잠깐 외출은 가능하지만 외박은 안 된다. 또한 상주 등록 하려면 보호자는 꼭 신분증을 챙겨와야 한다.

간단한 병력 확인 후 입원 생활 안내 및 수술에 대한 절차를 설명해주셨다. 수술장에 들어갈 때는 손톱/발톱 매니큐어, 귀걸이 등 장신구를 모두 제거하고 속옷까지 탈의 한 후 환자복만 입고 들어가야 한다.

설명이 끝나고 병실 안내를 받고 환자복으로 탈의했다. 오후 5시쯤 되니 간호사님이 제모크림을 가져다주셨고, 회음부 1/3 정도에 제모크림을 바르고 10-15분 정도 뒤에 닦아내면 된다고 했다. 닦아낸 뒤에는 간호사님이 수술 전 제모가 잘 되었는지 확인하러 오신다. 입원 전에 왁싱을 하고 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열 번도 더... 병원에서 쓸데없이 민망할 필요없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ㅎㅎ; 막상 확인하시니까 너무 민망했다. 이런 상황 방지하려면 미리 왁싱하고 오기...

위 사진은 그 때 받은 제모크림!

그 다음은 항생제 반응 검사. 약물을 사용해도 되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팔 안 쪽에 약물을 조금 주입하고 피부 상태를 보는데... 주사 그정도로 안 무서워하는데 이건 너무 아팠다 ㅠㅠ

민망함과 아픔을 견디고 나니 주치의 선생님이 오셔서 수술 방법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받아 가신다. 동의서랑 설명까지 듣고 나니 이제 진짜 수술 받는구나... 싶어서 더 긴장된다.

저녁 식후엔 수술 전 대변을 꼭 2번 정도 봐야한다는 설명과 함께 관장약 1포를 주셨다. 물 150-200cc 정도에 타서 먹으면 된다고 해서 먹었다. 평소에 변비가 없어서 먹는 관장약이라니 생소한 경험이다.

입원 전에 대변을 보고 와서 그런지 약을 먹고도 무소식... 이러다 수술 못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까지 들고 괜찮은지 물어봤다. 간호사 선생님이 먹고 안 나오는 분들도 많다고, 8시 정도에 항문으로 관장하고 화장실 가도 된다고 하셨다. 먹는 약으로 바로 나오면 좋았겠지만, 결국 밤 8시에 관장을 하고 나서 두 차례 화장실을 다녀왔다.

다음엔 굵은 주사 바늘을 잡고, 밤 9시쯤 간호사 선생님이 수액을 달아주셨다. 그렇게 정신없는 수술 준비가 끝나고 밤 12시! 이때부터 물 한 모금도 허용 안 되는 금식이 시작된다.

수술 당일

드디어 떨리고 떨리는 수술 당일. 마음 같아선 남편한테 나 그냥 집에 데려달라고 할 정도로 떨렸지만... 여기까지 와서 집에 갈 수도 없으니 꾹 참았다. 나이 먹고 병원이 왜 이렇게 무서운지 ㅠㅠ 세 번째 순서였는데, 앞 수술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 오전 10시 쯤 수술장으로 출발했다. 수술은 3시간 정도 걸려 끝이 났고 회복실에서 정신을 차리는 순간 통증이 갑자기 밀려와, 아프다는 말만 한참을 했다. 덜 아프려고 수술 받는 건데 이거 아픔을 미리 땡겨오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들고 ㅋㅋㅋ...

배 위에 돌덩이처럼 무거운 모래주머니가 올려져있고, 그 위를 복대가 한 번 더 감싸준다. 너무 무거운데 6시간 동안 모래주머니를 유지해야 한다고. 그냥 잠이라도 자면 나을까 싶지만, 간호사 선생님이 전신마취 수술이라 최소 4시간은 깨어서 심호흡하라고 강조하셨다. 아래는 소변줄이 끼워져 있는데 내일 새벽에 제거해주신다고.

양 팔에는 굵은 주사바늘이 하나씩 있는데, 수술 후 혹시 모를 응급상황 대비를 위함이다. 내일 피검사 결과를 보고 피수치가 너무 떨어지지 않으면 한 쪽 주사는 빼주신다고 한다. 혹시 피수치가 떨어지면 수혈이나 철분제 투약이 필요해서 남겨놓은 것.

또 수술 부위의 핏물이 고이지 않도록 배액관을 1개 정도 달았다. 몸에서 떨어지지 않게만 잘 달고 다니면 된다고 한다. (배액관은 수술시 상황에 따라 사용한다.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도 있다.) 그 다음 무통주사 사용하는 방법, 심호흡 방법&중요성에 대해 알려주셨고, 내가 제일 궁금하고 괴로워하는... 식사는 어떻게 할지도 말씀해주셨다. 아쉽게도 수술 당일은 식이 진행이 어다. 2시간 정도 금식하고 나면 수술 당일에 물만 먹을 수 있다. 목 마른데 그거라도 어디냐 ㅠ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부터 미음-죽-밥 순서로 식사가 나온다.

오후 7시쯤 모래주머니 제거할 시간이 되었다고 간호사선생님이 오시는데... 내 머릿 속에서 샹투스 울려 퍼지는 줄 ㅠㅠ 천사가 나타난게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든다. 모래 주머니가 진짜 너무 무겁고 힘들어서, 모래주머니를 떼고 나니 통증이 참을만 해졌다.

수술 1일차

오전 6시쯤 소변줄 제거하고 4시간 안에 소변을 봐야 한다고 하셨다. 빨리 화장실 가고 싶은데, 혼자가면 안된다. 수술 후 처음 일어나면 많이 어지러울 수도 있고, 꼭! 보호자 동반 하에 화장실을 가라고 당부하셨다. 내가 과연 일어나서, 화장실을 갈 수 있는지 불안했는데... 남편이 도와줘서 겨우 화장실에 가 소변을 잘 볼 수 있었다. 아픈 건 결국 나 혼자 감당하는 거라고 해도 이럴 땐 남편 밖에 없구나 ㅠㅠㅠ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다 썼지만, 수술 후 처음 일어나는 게 그 중에서도 정말 힘들다.

그 다음엔 미음-죽-밥 순서대로 아침, 점심, 저녁이 나온다. 나도 모르게 허기져서 많이 먹은 건지 속이 좀 불편했는데, 수술 후 가스가 나와야 뱃속이 편해진다기에 열심히 병동에서 걷기 운동을 했다. 가스가 나오고 나니 뱃속이 훨씬 편해진 기분이다.

수술 2일차/퇴원

네? 선생님 퇴원이요? 개복 수술인데 퇴원? 처음엔 진짜 당황스러운 퇴원 소식. 집에 가면 큰일 날 것도 같고, 너무 불안했다. 사실 이 날 아침까지도 퇴원하긴 어려운 컨디션이라고 하루만 더 있으면 안되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ㅋㅋ... 현재 코로나로 인해 병상도 부족하고 지금 컨디션 정도면 충분히 퇴원해도 무리 없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냥 내 엄살인 걸로.

다음 병원 방문일은 수술 후 7-10일경에 예약을 잡아 주셨고, 진단서등 중요한 서류 발급은 조직검사가 나오는 시점에 발급 받을 수 있다. 보통 조직검사는 수술 후 일주일 이후에 나온다. 난 개복으로 수술해서 복대는 한 달 정도만 더 착용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렇게 퇴원 주의사항 설명을 듣고 무사히 퇴원했다.

(참고! 보통은 3박 4일 이라던데 요즘은 수술 경과도 좋고 코로나 때문에 자리도 없어서 2박3일 입원 후 퇴원 이라고 합니다.)

Q. 복강경 vs 개복 수술 차이는?

자궁근종 수술은 개복과 복강경 수술이 있는데 그 차이는 근종의 크기 차이 및 환자의 유착 정도를 확인 후 결정된다. 복강경으로 자궁근종 절제 시 개복으로 수술한 경우보다는 회복이 훨씬 빠르고, 수술 시 문제 없으면 다음날 퇴원도 빠르다. 간호 정도도 차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대부분 경과가 좋아서 입원일수 정도 차이라고 한다. 나도 복강경으로 받고 싶었는데... 근종이 커서 개복으로 진행해야만 했다. 다들 커지기 전에 미리 복강경 수술 받기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