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보미맘의 분만 후기 #1

제왕절개

입원날(수술전날)

흔히 ‘요즘 육아는 장비빨이다’라는 말처럼 출산 전에도 장비 점검이 필요하다. 그래서 입원 전 날 미리 싸놓은 출산 가방을 한번 더 점검했다.

이렇게 든든하게 아이템을 챙기면 입원 준비가 끝난다. 입원하는 날엔 수술 준비와 각종 검사를 위해 오후 2-3시 전까지는 입원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입퇴원수속실>

<41병동입구>

수속은 빠를 수록 좋다. 병실은 1인실, 2인실, 5인실이 있는데 산부인과 병동에는 1인실과 2인실이 2개씩 뿐이라 아무래도 빨리 수속해야 원하는 병실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만약에 평소 복용하는 약이 있으면, 면담할 때 모두 들고 가 보여줄 것. 병동으로 올라가면 간호사 선생님과 면담한다. 수술에 대한 안내사항도 설명해주시는데, 이 때 입원생활, 수술에 대한 궁금증 같은 것이 있으면 물어보면 좋다.

그리고 안내받은 자리! 침대 옆에 있는 작은 캐비넷 아래에는 작지만 개인 냉장고도 있었다.

검사, 준비가 필요해서 아래 속옷만 남기고 모두 벗은 다음 환자복만 입는다. 다음 날 유도분만을 하러 갈 때는 아래 속옷까지 모두 벗고 환자복만 입고 분만실로 가야한단다. 액세서리는 당연히 안되고 안경이나 머리끈도 꼭! 빼놓고 가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자리에 누워있으면 간호사 선생님들이 왔다갔다 하시며 수술 준비를 하신다. 첫 날 했던 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수술 준비 과정

1. 분만장에서 검사 받기. 간단하게 질 검진을 하고 초음파도 다시보고 태동검사도 했다.

2. 제대혈 기증 여부 : 분만장 간호사 선생님이 제대혈을 기증할 것인지 물어보셨다. 질문을 받고 나온 내 첫 마디는 “그런데 선생님... 제대혈 기증이 뭔가요?”
제대혈 기증은, 아이가 태어나고 태반에 남아있는 혈액을 채취, 조혈모세포를 환자들의 골수이식에 활용하는 것이다. 만약 환자기증에 적합하지 않으면 연구목적으로 사용하게 된다고!


3. 다음은 신생아실 교육!
남편과 함께 가서 들었는데 담당 의료진(교수님/주치의) 소개, 아기가 신생아실에 오면 어떤 검사를 하는지, 보호자 면회는 어떻게 하는지, 아기 입/퇴원 준비물, 모유수유, 젖물리기 자세, 분유수유 등에 대해서 안내해주셨다.

4. 제모 & 항생제 검사
저녁 먹기 전에는 면도기 같은 도구를 들고 오셔서 제모를 도와주신다. 회음부까지 모두 제모하는 것은 아니고 수술할 배 부분을 제모해주셨는데 들어보니 요즘은 왁싱샵에서 제모하고 오시는 분도 많다고 했다.
(왁싱 추천! 깔끔하고 새로 자랄 때 덜 따가워서...)
그리고 수술에 쓸 항생제에 알러지가 있는지 피부 밑에 약을 살짝 넣어서 반응을 보는 검사를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아팠다...


5. 주사잡기
수술 전에 마지막으로 씻고 싶다면 주사 잡기 전에 빨리 샤워하는 걸 추천한다.
오후 8시쯤 수술에 쓸 굵은 주사를 잡고 수액을 연결해 주셨다.
아 그리고 제모, 항생제, 주사 잡기만큼이나 나에게 너무 힘든 일... 수술날인 다음날로 넘어가는 밤 12시부터 물을 포함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금식을 해야 한다. 목마를까봐 미리 물을 많이 마셨다.


수술 당일

1) 수술실로 출발 전 준비

수술 전 날 까지는 이것저것 검사 받으랴, 장비를 챙기랴 바빴지만, 곧 수술을 받는다 생각하니 긴장돼서 잠을 설쳤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아침 다섯 시부터 혈압을 재러 오신다.

긴장도 긴장인데 금식이 날 어찌나 괴롭히던지. 다들 밥 먹는데 혼자 굶고 있으려니 너무 힘들었다. 수술은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고 순서대로 들어가는 거라고 하셨는데 첫 수술이 8시에 시작한다고 들었다. 천만다행으로 난 두 번째 순서였고, 앞 수술도 일찍 끝나서 비교적 일찍 수술장으로 올랐다. 배고파 죽을 거 같은데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구나 싶고...

수술장에 갈 때가 되면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안내해주신다.

1.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화장실 다녀오기
2. 속옷은 모두 탈의를 하고 안경이나 다른 액세서리도 다 제거


이렇게 하고 침대에 누워있으라고 하시는데, 누워 있으면 이송을 도와주시는 분이 이송용 침대로 수술장에 데려다 주신다.

<분만장 앞 보호자 대기실>

남편한테는 4층 분만장 앞 보호자 대기실에 있으라고 했다. 보호자 등록된 번호로도 수술상황 안내 문자를 전송받을 수 있다. 이렇게 분만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간호사 선생님이 아기가 태어난 후 남편에게 데려가 보여주고 예쁜 사진도 찍어주신다. 만약 다른 위치에서 잘못 기다리면 아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바로 신생아실로 데려가야 한다. 아빠와 아기의 첫 만남을 남기고 싶다면 꼭! 꼭! 분만장 앞 보호자대기실에서 잘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2) 수술 시작

보호자 대기실 설명은 이쯤하고, 긴장감이 MAX로 차오르는 수술실 얘기를 해보자. 제왕절개 수술은 보통 척추마취로 진행된다고 한다. 정신은 멀쩡하고 하반신 감각만 없애는 마취인데, 아이가 태어나면 아기를 보여주고 너무 힘들 시 요청하면 재워주실 수도 있다고 했다.

수술이 시작되면 가슴 아래로는 천으로 가려져 볼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누워 배가 당겨지고 눌리는 것을 느끼며 갑자기 아기 우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보람이가 세상에 나오는 소리였다. 이 때 수술 직전, 수술 중 느꼈던 긴장과 무서움이 안개 걷히듯 사라졌다. 아기 울음 소리가 꼭 태양이나 바람처럼 나를 비추고, 내 마음을 부풀게 했다. 너무 놀랍고 신기하고 궁금했다. 보람이는 건강할까? 나랑 언제 볼 수 있지? 그런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교수님이 조금 기다리면 곧 아기를 보여주신다고 했고, 조금 기다리니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아기를 보여주셨다. 둘둘 빵처럼 말려서 품에 안긴 우리 아가는 정말 너무 귀여웠다. 간호사 선생님이 지금은 많이 불어있는데 시간 지나면 더 예뻐진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내 머리맡에 서 계시는 마취과 선생님한테 재워달라고 요청을 해서 그 뒤로는 기억이 안 난다.

눈 떠보니 회복실이었다. 팔에 혈압 재는 기계가 감겨있었다. 여기서 비몽사몽 30분? 1시간?정도 누워 있다가 병동으로 가게 된다. 병동에 도착하면 이송침대에서 내 침상으로 간호사선생님, 이송요원님 그리고 남편까지 도와서 나를 옮겨준다. 그런데 배가 아플까봐 많이 겁났다.ㅠ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혈압 체크, 자리 정리를 도와주시고 여러 가지 설명을 해주신다. 먼저 수술 후 6시간 동안은 베개를 베는 것 이상으로 머리를 올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고개를 올리는 자세(앉거나 서는 자세)를 취하게 되면 척추마취 부작용으로 머리가 아플 수도 있기 때문. 그리고 배꼽 부근을 손으로 눌러 자궁수축이 잘되는지를 확인하는데 수술상처도 있어서 그런지 솔직히 너무너무 아팠다. 이건 이 후 시간마다 오셔서 확인하시는데 너무 겁먹고 배에 힘을 주는 건 좋지 않다. 오히려 더 아프다고...심호흡하면서 배에 힘을 쭉 빼는 것이 제일 안 아프다고 하셨다.

배에 복대+모래주머니를 하고 소변줄도 하고 누워있게 되는데 모래주머니는 6시간 뒤, 소변줄은 다음날 제거하게 된다! 무통주사도 달고 왔는데 부작용이 심하면 다른 진통제를 줄 수도 있으니 말씀해달라고 하셨다. 나는 조금 울렁거려서 나중에 밥 먹을 때 울렁거린다고 말씀드리니 울렁거리지 않게 하는 약을 추가로 달아주셨는데 그걸 맞고 나니 좀 나아서 무통주사를 잠그지는 않았다.

병동에 오고 나서 2시간 쯤 지나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물을 아주 조금 목 축이는 정도로 마실 수 있게 해주신다. 그렇게 병동 도착 후 6시간이 지나면 드디어... 드디어... 식사가 가능한 시간이 온다! 그런데 아직 샹투스를 울리기엔 이르다. 뭔가 먹을 순 있지만, 먹고 싶은 걸 실컷 먹는 게 아니라 미음-죽-밥 순서대로 식사시간마다 한 단계씩 진행한다. 밥까지 먹고 나서 괜찮으면 그 때부터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어도 된다고 하셨다.

아 그리고 내가 병동으로 오고 얼마 되지 않아서 신생아실에서 보호자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셨다. 보호자가 가서 아기를 보고 간단한 설명을 듣고 준비물을 가져다주고 오면 된다. 이후에는 보호자는 면회시간에 따라서 면회가 가능하다. 수유는 제왕절개 수술을 하면 24시간 후부터 전화가 온다. 원하면 24시간 이전에도 움직일 수 있으면 가능하다고 하셨지만 난 움직일 수 없었다.

수술 당일 정리

1. 수술장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화장실 다녀오기, 안경 및 액세서리 모두 제거
2. 보호자와 아기의 인생샷을 남기고 싶다면 ‘4층 분만장 앞 보호자 대기실’에서 기다리도록
3. 수술 후 6시간 동안 베개 높이 이상 고개 들지 않기
4. 자궁 수축할 때 힘을 주면 더 아프다. 심호흡하면서 배에 힘 쭉 빼기
5. 무통 주사 부작용 어지러움이 심하면 간호사 선생님께 말씀드리기.

수술 당일

다음날 역시 새벽 5시부터 간호사 선생님이 혈압을 재러 오셨다. 혈압을 재면서 소변줄도 빼주셨다.

소변줄 제거하고 나면 4시간 안에 스스로 소변봐야하고 양도 재서 적어야한다. 내가 얼마나 먹는지도 적어야하고 얼마나 소변을 보는지도 다 적어야 하는데 두 개를 비교해서 간호사선생님이 확인하신다.

수술 다음날 아침에는 밥을 먹기 전에 피검사도 했다. 피검사 결과를 보고 피 수치가 너무 낮으면 수혈을 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나는 수혈을 할 정도는 아닌데 피수치가 살짝 떨어졌다고 이 날 저녁부터 철분제를 처방해 주셨다.

그리고 아침은 죽을 먹고 쉬다가 첫 수유 콜이 와서 수유를 갔다. 보호자 부축을 받아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힘들면 휠체어를 타고 다녀와도 된다고 했다. 처음 아기한테 젖을 물렸을 때는 이게 젖이 나오는건가? 싶어졌다. 나도 우리 아기한테 건강한 모유를 먹이고 싶은데... 나오긴 나오는 건지 걱정이 앞섰다. 내 마음을 읽으신 건지, 다들 그런 건지 원래 처음에는 젖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자꾸 자꾸 물리다보면 젖이 더 잘 돈다고 부지런히 수유를 와야 한다는 말씀. 그리고 첫 수유를 하는 산모라면 생각날 만한 질문.

Q 원래 아기가 젖을 물면 이상하게 배가 더 아픈 것 같은데 맞나요? A 젖을 물면 자궁수축을 유발하는 호르몬이 나와서 배가 더 아플 수 있습니다.

이런... 어쩐지 아프더라. 아, 참고로 보라매병원은 감염관리 문제로 유축기를 대여해주지 않는다. 필요하면 집에서부터 챙겨와야 할 듯 하다.

수술 다음 날

1. 소변줄 제거 후 4시간 안에 스스로 소변 보고 양도 체크
2. 첫 수유는 잘 나오지 않음. 자주 물려야 젖이 더 잘 돈다.
3. 현재 감염관리 문제로 유축기 대여 X, 필요하면 집에서 챙겨올 것.

수술 후 이틀째

확실히 둘째 날이 첫째 날보다는 살만했다. 걸어 다닐 때랑 앉고 일어날 때 배 당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아침에는 주치의 선생님이 상처를 살펴보신 뒤 소독을 해주셨다. 소독한다고 해서 겁먹었는데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다.

오후에는 간호사 선생님이 다음날 퇴원에 대한 설명과 집에 가서 주의할 사항들에 대해 말씀해주신다.

별 문제가 없으면 다음 외래 때에 실밥을 제거하게 되는데 상처에 물이 닿으면 상처가 덧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출생증명서 외에 따로 필요한 서류가 있으면 오후 5시쯤까지 말하면 다음날 퇴원 전까지 챙겨주신다. 혹시 서류 빠뜨리더라도 다음 외래에서 교수님께 말하면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빠뜨리면 외래 때 챙기면 될 듯!

퇴원일

대망의 퇴원일 과정을 아래에 적어본다.

1. 아침에 피검사 한 번 더
2. 아침 식사
3. 검사 결과 확인 - 심사과정 마감 후 퇴원비 수납, 다음 외래일정 안내 받기 (외래일정 : 보통 수술 후 7~10일째)
4. 출생증명서 받기 - 총 2장 (보관용, 동사무소 제출용)
5. 수납 후 영수증 확인. 퇴원약 받음.

난 이렇게 힘들게 수술했으니 당연히 퇴원하면 몸이 홀쭉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수액도 많이 맞고 그래서 생각보다 몸이 많이 부어버림...

아, 참고로 아기가 태어났을 때 아빠랑 같이 찍은 사진을 인쇄해서 출산축하카드랑 선물을 주셨다. 기대 안했었는데 이렇게 받게 돼서 너무 좋았다~!

애 낳는 것이 위험하고 힘든 일이라고 들어 걱정이 많았는데 안전하고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최대한 내 걱정을 덜어주며 친절하게 살펴주고 하나하나 설명해주신 간호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 그리고 불편한 잠자리에 많이 힘들었을텐데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의지가 되어준 남편에게도 참 고맙다. 그럼 길고 길었던 출산 후기 대서사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