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날 (유도분만전날)

분만일이 다가오자 점점 긴장과 예민 게이지가 차오르기 시작… 우리 아이를 만날 생각에 설레기도 하지만 무지 겁도 났다. 이럴 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 건강하게 출산하는 법. 남편과 함께 출산 가방을 하나하나 점검 시작

다른 TIP은 입원 과정을 설명하며 자세히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입원일에는 각종 검사와 준비를 위해 오후 2-3시 전까지 입원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병동으로 올라가면 간호사 선생님과 면담이 시작된다. 그 전에 평소 복용하는 약은 꼭! 면담할 때 들고 가기. 유도분만 과정에서 궁금한 내용은 이 때 질문하는 것이 좋다.

면담까지 끝내면 위 사진처럼 자리 안내를 받는다. 침대 옆엔 작은 캐비넷, 아래엔 작은 개인 냉장고. 작지만 참 알차다는 생각이 든다.

환자복으로 갈아입을 땐 미리 아래 속옷만 남기고 모두 벗은 다음 환자복만 입는다. 다음 날 유도분만을 갈 때에는 아래속옷까지 모두 벗고 환자복만 입고 분만실로 가게 된다. 액세서리, 안경, 머리끈을 꼭! 빼놓고 가라고 강조하셨다.

이렇게 준비를 마치고 자리에 누워있으면 간호사 선생님들이 오가며 준비를 시켜주신다. 첫 날에는 일단 분만장에서 검사를 한다. 간단한 질 검진, 초음파 검진, 태동검사를 진행한다.

분만장에 오면 가족분만실 사용에 대한 안내도 해주시는데, 한자리에서 이동없이 진통, 분만, 회복이 가능한 1인실 개념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위 사진이 가족분만실 사진. 병동 내 1인실보다 넓어보였다.

검진, 특실 여부 이후엔 분만장 간호사 선생님이 제대혈 기증 여부를 물어보신다. 기증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 보면 좋은 일 같긴한데... ‘제대혈’이 대체 뭘까? 설명을 들어보니 제대혈 기증은, 아이가 태어나고 태반에 남아있는 혈액을 채취, 조혈모세포를 환자들의 골수이식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환자 기증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연구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난 뭔가 모를수록 불안이 심한 타입이라, 의사선생님 말을 들으며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수술 동의서까지 다 쓰고 나면 저녁 먹기 전에 면도기 비슷한 도구를 들고 오셔서 제모를 해주신다. 요즘은 왁싱샵에서 미리 제모하고 오는 분들도 많다는데, 면도기로 깎는 것보다 좀 더 깔끔하다고 하셨다. 어차피 제모할 분들이면 왁싱샵에서 미리 하는 것도 좋은 팁인듯!

저녁 먹고 오후 8시쯤에 주사 바늘을 꽂았다. 주사 맞기 전에 미리 씻고 마지막으로 샤워하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질정을 넣기 위해서 9시30분까지 분만장으로 갔다. 안내된 자리에 누우니 간호사 선생님이 아기 태동검사 모니터를 달아주시고 유도분만 안내문을 주시며 설명해주셨다.

질정 넣는 시간은 산모님들마다 다 조금씩 다르다. 나같은 경우엔 일단 20-30분 태동검사 -> 주치의 선생님 내진 -> 질정 투여 -> 한 시간 정도 검사 -> 병동 돌아가기. 이 과정을 거쳤다.

주사잡기, 제모하기 만큼이나 내가 힘들어하는 고난이 하나 남았다. 바로 유도분만날(다음날로 넘어가는 밤 12시)부터 물 포함 금식이다... 배고픔도 배고픔인데 목마른 거 못 참을 거 같아서 미리 물을 많이 마셨다.

<유도분만 안내문>

수술 전날 TIP

1. 깔끔한 걸 원하다면 왁싱샵에서 제모해오기
2. 저녁 먹고 주사 맞기 전 마지막 샤워
3. 예민한 사람은 귀마개 안대 챙기기

분만일 (유도분만일)

<내가 사용했던 분만대기실 자리>

아침 일찍 일어나 분만장으로 가서 어제 질정을 넣었던 그 자리에 누웠다.
유도분만을 할 때는 보호자도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남편이랑 같이 갔는데 내진이나 처치할 때는 남편을 커튼 밖으로 내보내주신다.

<외래에서 아기 태동검사 할 때 많이 봤던 기계>

유도분만 내내 계속 이 기계를 통해 아기 상태와 수축 상태를 감시하게 된다. 태동검사를 유도분만내내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유도분만을 하는 동안은 계속 배에 아기랑 수축을 감시하는 기계를 달고 진행한다. 아기 상태랑 수축을 보시면서 약 속도를 조절하시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별로 안 아파서 누워 있다가 잠들고 그랬다. 그래서 실패 하는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1-2시간 쯤 지나니까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참을만한 정도였는데 점점 참기 힘들어서 숨을 몰아쉬기 시작... 살면서 이런 종류의 아픔은 진짜 처음이었다 T.T

내진을 다시 받았는데 아까는 자궁경부가 닫혀있었는데 이제는 1cm 정도 열렸다고 했다. 좀 더 열려서 3cm 정도 되면 무통주사를 놔줄 수 있다고 하셨는데 유도분만을 해도 3cm까지 못가는 경우도 있어서 일단 지켜봐야한다고 하셨다. 3cm까지 열리면 무통주사, 10cm까지 열리면 힘주기를 하고 아기가 나온다고 한다.

이제 진짜 낳는 구나... 언제 만날 수 있을까. 무사히 우리 아기 볼 수 있을까. 온갖 생각 다 할 무렵에 배가 조금씩 더 아파왔다. 식은땀이 막 났다. 간호사 선생님이 중간에 진통제를 한번 달아주셨는데 내 경우에는 그렇게 크게 효과가 있지는 않았다. 잠깐 괜찮아지나 싶더니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무통주사를 해주신다고 하셨다. 이렇게 처음 맞게 된 무통 주사 후기는? 다행스럽게도 무통 주사 맞으니 확실히 아까보다 덜 아팠다. 천국을 맛보는 수준인진 몰라도, 배가 아프긴 아픈데 견딜만한 정도로 내려간다. 그래서 막 잠이 솔솔 오고 그랬다. 자다가 잠깐 깨다가 자다가 잠깐 깨다가 하고 있는데 의사선생님이랑 간호사선생님이 오가며 내진도 봐주셨다.

내진을 하고 가셨는데 갑자기 물같이 흐르는 느낌이... 간호사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양수가 터진 것 같다고 하셨다. 양수가 터지면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써야해서 알러지 검사가 필요하다. 피부 밑에 약을 살짝 넣어서 반응을 보는 검사였는데 생각보다 아팠다... 애 낳는데 항생제 검사가 아프다는 건 아무도 말 안해줬는데 TT

알러지 검사가 끝난 후엔 이상하게 배가 엄청 아프기 시작했다. 양수가 터지면서 진행이 좀 빨라졌다는 말씀이 들렸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간호사선생님이 아기가 힘들어할 수 있으니까 심호흡을 잘해야 한다고.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쉬라고 계속 말씀하셔서 그 와중에 계속 심호흡하고 나중에는 산소마스크도 해주셨다. 아기가 심박동수가 조금 떨어지는데 아기가 힘들어한다는 뜻이니 심호흡을 잘해야한다고 하셔서 정신없이 계속 숨만 쉬었다.

얼마나 심호흡을 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나는데, 이제 자궁문이 다 열려서 힘주기를 하자고 하셨다. 힘주기는 숨을 크게 들이 마쉬고, 입을 다물고 10초 간 쭉- 밀어내듯 힘을 주면 된다고. 남편은 내 머리맡으로 와서 내가 힘줄 때 머리를 드는 걸 도와줬고 의사 선생님이랑 간호사선생님이 1부터 10까지 숫자를 세주셨다.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소리를 냈더니 소리내면 힘이 빠지니까 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하신다. 근데 진짜 너무 아프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자궁문이 다 열렸으니 이걸 한 두번 하면 아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힘주기를 내 기억으로는 꽤 오래했다.

<분만실. 아기 낳을 때가 되면 분만대기실에서 누워있는 침대 채로 옮겨져 여기서 아기를 낳게 된다.>

그렇게 힘주기를 하다가 분만실로 옮겨졌고 교수님이 오셔서 1-2번 더 힘주기를 하니까 아기가 나왔다. 아기를 낳고 태반을 빼는데 태반을 뺄 때가 또 아팠다. 그 이후에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변비에 해방된 느낌..?) 살면서 처음으로 이렇게 쌩고생을 해봤는데 낳는 순간 우리 아기는 괜찮나... 어떨까 너무 보고 싶었다.

누워서 처치 받는 동안 간호사 선생님이 남편을 불러서 아기를 보여주시고, 신생아실 가기 전에 아기를 데려와서 나한테도 보여주셨다. 그리고 젖물리기를 해주셨는데 지금은 잘 못 물고 냄새만 맡는 거라고 하신다. 아직 작고 쪼글쪼글한 아기고 정신 없어서 제대로 보기도 힘든데, 나한테 가만히 기대 있는 모습이 진짜 귀여웠다.

회복실에서 2시간 정도 상태를 지켜본다 하시고, 분만 후 주의사항을 들었다. 아기를 낳고 자궁 수축이 잘 안되면 피가 많이 날 수 있다고 하셨는데 회복실에 있는 동안 혈압도 계속 재시고 배를 만져서 자궁수축이 잘되는지도 계속 확인하셨다.

회복실에서도 남편이 같이 옆에 있을 수 있어서 남편이 찍은 사진이랑 영상을 구경했다. 만약 정신이 있으면 아기 태어나고 동영상을 찍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훨씬 더 생생하고 나는 누워있느라 못 본 장면을 영상으로 보니까 훨씬 좋았다. 남편이 찍어주지 않았으면 우리 애가 갓 태어났을 때 모습이 어땠는지 영영 못 본다고 생각하니... 참 아쉬웠을 것 같다.

자연분만의 장점은 확실히 분만 후 회복이 빠르다는 점인 것 같다. 회음 절개한 부위가 좀 아프기는 했지만 난 별로 어지럽거나 힘들지 않아서 바로 걸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간호사 선생님이 어지러워하고 쓰러지시는 분들까지 있으니 꼭! 보호자랑 같이 다니고 천천히 움직여야한다고 신싱당부를 하셨다. 그리고 물을 마셔보고 괜찮으면 바로 먹고싶은 것을 먹어도 된다고 하셨다. 이때까지 너무 힘들기도 하고 별로 밥 생각이 없었는데 물을 마시고 나니까 배가 고파져서 남편을 시켜서 편의점에서 간식을 잔뜩 사왔다. 참고로 편의점은 건물1층에 있고 2층에도 있는데 1층은 24시간이고 2층은 밤에는 문을 닫는다.

회음절개한 부위가 생각보다 불편해서 도넛방석은 진짜 필수. 그리고 간호사 선생님이 좌욕기랑 좌욕액도 가져다주시면서 좌욕을 하는 것이 상처치유랑 통증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나중에 산후조리원에 가서도 좌욕을 정말 열심히 했다.

그리고 밤에 첫 수유 콜이 왔다. 자연분만을 하고나면 6시간 정도 뒤에 첫 수유 콜이 온다고 한다. 보호자 부축을 받아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힘들면 휠체어를 타고 다녀와도 된다고 했다. 처음 아기한테 젖을 물렸을 때는 이게 젖이 나오는건가? 싶었는데 원래 처음에는 젖이 잘 나오지 않아서 자꾸 물려야 젖이 더 잘 돈다고 한다. 아기가 젖을 물면 이상하게 배가 더 아픈 것 같았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젖을 물면 자궁수축을 유발하는 호르몬이 나와서 그럴 수 있다고 하셨다. 어쩐지 아프더라니... 사람 몸이 참 불편하고 신기하다. 참고로 보라매병원은 감염관리 문제로 유축기를 대여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필요하면 집에서부터 챙겨 와야 할 듯 하다.

그리고 보라매병원은 자연분만을 하고나면 바로 산모는 다음날 퇴원이다. 그런데 아기는 나보다 퇴원이 하루 늦어서 산모와 아기가 따로따로 퇴원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불편하긴 하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병상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저녁시간쯤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내일 퇴원 절차, 집에 가서 주의할 사항 등을 설명해 주셨고, 혹시 필요한 서류는 없는지 등등을 물어봐주셨다. 출생증명서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주신다고 하니 다른 필요한 서류가 있으면 이 때 말하면 될듯!

분만일 정리

1. 나를 위해, 아기를 위해 심호흡 열심히. 힘 줄 때는 숨을 크게 들이 마쉬고, 입을 다물고 10초 간 쭉- 밀어내듯이
2. 혹시 정신이 있다면 아기 태어나고 동영상 찍기 부탁... 소중한 우리 애 첫 만남을 기록할 수 있다.
3. 어지러워 쓰러질 수 있으니 분만 후 꼭!! 보호자랑 같이 다니기
4. 회음 절개한 부분이 아플 수 있으니 도넛방석 필수
5. 회복하려면 좌욕을 잘해주자.
6. 출생증명서는 알아서 챙겨주신다, 다른 필요 서류 그 때 말할 것

퇴원일